함박눈이 내리던 2021년 겨울, 가영과 동생은 엄마 몰래 밤에 나가 사람 키만 한 눈사람을 만들었다. 엄마는 다음날 가영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눈사람 사진을 보곤 “어디 한번 보자”며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햇살에 절반 가까이 녹아버린 눈사람. 가영과 동생, 엄마 셋이 깔깔대며 웃었다. “이게 뭐야, 너무 웃기게 생겼다.” 엄마에겐 잊지 못할 “겨울 선물”이었다.
대전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가영은 집에 들를 때면 낙지젓갈, 무말랭이 같은 반찬을 양손 가득 들고 돌아갔다.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이나 밤샘 작업하다 기숙사에 못 들어간 친구들이 가영의 자취방에 와서 밥을 얻어먹곤 했다. “(친구들 챙겨주려) 항상 냉장고가 꽉 차 있어야 하는 아이였어요.”